수노기
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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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2일 금요일 

한밭레츠 만찬이 있는 날이다. 한밭레츠는 공동체다. 자본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에서 조금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느슨한 연대다.

만찬이 있는 날이면 사무국에서 한 두가지 음식을 하고 저마다 먹을 것을 한 가지씩 챙겨와 잔치를 한다.

어제 사무국에서는 어묵탕을 준비하겠다고 했고 비건인 내가 먹을 것은 우선 알아서 준비해오라고 했다.

비건음식 만드는 것은 다들 어려워 하니 당연히 받아들였고 점심도 거르고 수업을 한 난 무지 무지 당이 떨어지고 있던 상황. 레츠에 가 식탁 위에 올려있는 어묵탕 재료를 보고서야 '아 비건이 먹을 것을 준비해야 겠구나' 싶어 얼른 두레 약국으로 뛰어 내려가 "두레 오늘 먹고 싶은 것 있어? 요리 내가 할게 있는 재료 꺼내 놔봐~~"

두레에게서 몇 가지 재료를 받아 품앗이에서 버섯을 사고 레츠로 올라갔다.

원도심 레츠에서 해물 부침개 거리를 준비해서 왔다. 배가 많이 고파 우선 음식 준비하는 사람들이 먼저 부쳐 먹고 요리를 하자는 이야기^^

프라이팬이 달궈지고, 반죽이 한 국자 올랐다. 오징어 냄새가 부엌을 가득 채웠다. 오랜 비건 생활로 냄새에 민감한 나는 더 민감해졌다. 하지만 함께 사는 세상이고 내가 선택한 비건의 길이니 함께 한다. 그런 자리들을 피하지 않는다.

"아, 나도 배가 고프다. 반죽 한국자만 주세요. 거기에 채소 넣어 나도 하나 부쳐 먹게"

"어? 여기에 달걀 풀었는데"

"반죽에 달걀 풀었어요? 그럼 그냥 두세요. 제가 언능 반죽해서 부쳐 먹죠 ^^"

부침개 반죽을 하며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비건 어묵탕(어묵과 식감과 모양이 비슷한 식물성) 거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이야기 한다.

"수노기 지금 채식 어묵탕 육수만 올리고 우리 먹을 어묵탕 육수는 안 올린 거야? 우리 한밭레츠에서 그러면 안돼!!"

'한밭레츠에서 이러면 안돼' 좋은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친함에서 나오는 농도 섞여 있지만 우리 사회의 편견이 아주 짙게 깔려 있다.

비건에게 모두가 먹을 육수를 올리지 않았다고 농으로 타박한다면, 부침개 반죽을 준비하며 비건이 먹을 수 있는 것 한국자는 준비해야 한다. 한밭레츠에서 이러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은 모두에게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들 이런 모순에 빠진다. 내가하면 로멘스, 너가 하면 분륜^^

채식은 굉장히 유난스럽고 까탈스러운 선택, 소수의 선택, 그래서 다수는 소수를 배려하지 않지만 소수는 끊임없이 다수에 대한 배려를 해야하고 그것이 미덕인 사회의 흐름

"하하하, 한밭레츠에서 이러면 안돼지. 하지만 수리가 나는 채식 먹을 것만 준비하라고 했어. 다른 사람 먹을 것은 알아서 준비한다고~~ 따로 계획이 있으니 안 건든 것이지^^ 언능 어묵탕 준비해~~~" 


비 채식자들은 늘 말한다. "우리는 채식 요리 할 수 없으니 너희 먹을 것은 너희가 준비해" 

억지로 같은 것을 먹으라 하지 않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할까? 

부침을 준비하며 다수는 소수인 채식자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수인 나는 부침개 하나를 해도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이라도 먹을 수 있는 양을 해야 한다.

탬패도 구워 모든 사람에게 먹어보라고 권했다. 이때 딱 채식자 먹을 만큼만 하면 인색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두유크림스파게티를 하고 있는데 또다른 친구가 어깨 넘어로 바라보며 묻는다. "딱 두사람 먹을 것만 하는 것야?"

"아뇨, 3인분 했어요. 다들 조금씩 맛봐요. 너무 많이 하면 음식 쓰레기 되니 3인분만 했어요."

"아이고 1인분 같아보이는데"

먹지 않으면서도 채식인들이 딱 채식인들 먹을만큼만 하면 ....

나야, 요리를 잘하고 빠르게 하고 요리를 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으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직 요리에 서툰 채식인이라면 이 상황이 많이 속상할 수 도 있겠다 싶다. 이런 환경이면 점점 비 채식인들과 만나는 것이 불편해질 수도?

이건 너무 많이 간 것 같기는 하다.  ㅎㅎㅎ

채식을 하는 동안은 수많은 편견과 부딪쳐야 하고 

사회 곳곳에 깔려있는 여러 불편한 습관들과 만나야 한다. 이럴 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특히나 나를 잘 알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경우 상처 받지마시라고 이글을 쓴다. 난 레츠의 친구들을 많이 좋아하고 레츠라는 공간, 레츠라는 느슨한 연대체를 많이 좋아한다. 그곳에서 매우 즐겁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너무 많은 편견에 굳어져 있다. 그러기에 그것은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천천히 말랑말랑하게 녹여가야할 사회의 편견이다.

그 편견은 빠른 시간에 혁명으로 녹여내지 못한다. 삶에서 함께 존재하며, 누군가는 맘을 더 내며, 곁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난 오늘도 웃으며 조금은 편견을 녹였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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